Projects
Exhibition
전시기간ㅣ2023.10.21(토) - 11.05(일) 10:30am - 6:30pm
주소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4, 2층 arte k
주차 ㅣ 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3 아트타워
발렛 주차 이용 가능 (이용요금 3,000원 주차 가능대수 20-30대)
유화 물감을 묽게 사용하여 색과 빛의 층을 쌓아가는 우지윤의 회화는 가시적인 대상과 조응하지 않는다. 붓질을 따라 화면 위에 오묘한 색을 발하는 물감의 레이어는 특정 존재를 명명하기 보다는, 존재 이면에서 일렁이는 기억의 물성과 맞닿아 있다. 우지윤의 작업은 어릴 적 테네시 주에서 마주했던 거대한 대지와의 교감처럼 삶을 피부로 감각하게 하는 순간을 조우하며, 그리고 이 순간을 기억하며 시작된다. 이는 곧 그림으로 붙잡고 싶은 찰나를 길게 늘어뜨려 영원에 머무르고자 하는 시도로 확장된다. 우리는 붓이 지나간 희미한 자리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의 조각들을 불러와 이를 증언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떠올린다. 우지윤에게는 살아 숨쉬는 오늘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총체적 감각에 대한 경애가 회화의 이유가 된다.
이마리아가 그리는 햇빛과 바람, 흘러가는 바다의 색깔은 하루도 동일할 수 없는 날씨와 닮아 있다. 그는 지나 온 풍경 속 기억 언저리에 남아 있는 감각을 작가만의 고유한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나아가 흘러가는 시간과 관계 속에 묻어 있는 순간의 감정들을 발견하는 기쁨은 화면 위에 청명한 색채로 고스란히 표상된다. 이는 작가가 외국 타지에서 여행자처럼 살았던 청소년기와 20대 시절을 반추하며 매일 삶에서 스쳐가는 장면을 애정 어린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에서 비롯된다. 작가의 시선이 닿은 풍경은 화폭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포착하여 압화한 듯 선명하면서도, 이마리아는 살아 움직이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듯 자유로운 붓질로 감응하며 생동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찬사를 담는다.
《Piece of moment》는 우지윤, 이마리아 작가가 포착한 희미하고도 선명한 찰나, 그 순간의 조각들을 각자의 방법론으로 수집하고 기록한 작업을 보여준다. 여기서 두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은 곧 무형의 기억과 감정에서 유형의 감각으로 구체화되어 감상자에게 전이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흘려보낸 모든 유의미한 순간들이 우리 어딘가에 축적되어 있었음을 인지하고, 우리가 잊고 있던 시간과 존재를 감각하도록 내면의 층위를 더듬어 들여다보게 한다. 전시 공간에 머무르는 모든 감상자에게, 흩어진 기억과 이미지의 조각들을 모아 당신의 서사를 엮어 나가길 기대한다.
글: 이성현(arte k)